디지털 드로잉 배우기

디지털 드로잉 배우기 - 인체 그리기

희소한 소희 2023. 3. 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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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과 함께 속도를 맞춰 배우는 것도 좋지만 본인의 실력에 맞춰 진도를 나가는 것은 흥미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디지털 드로잉 수업의 경우 본인의 그림을 다 그렸으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게끔 교육과정이 짜여 있습니다. 처음 주야장천 선을 긋고 동물을 그리고 있을 때 제 옆자리에 있는 학생은 멋진 캐릭터를 그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배웠으면 사람까지 그릴 수 있는 단계까지 갔을까?", "나도 얼른 사람을 그려보고 싶다"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은 제 그림에 머물고 있었지만 눈은 어김없이 옆으로 갔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옆자리를 응시하면서 마음 한편엔 걱정거리가 한가득했습니다. 사람을 그리려면 얼굴도 그려야 하고 머리카락, 눈, 코, 입, 손, 발 등을 그려야 하는데 과연 내가 그릴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걱정들이었습니다. 혹시나 저와 같은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먼저 인체 그리기 연습을 권해드립니다. 

  

1. 인체 그리기 연습을 먼저 한 이유

머리카락, 눈, 손 등이 나무라고 하면 인체는 숲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혹자는 나무를 그리고 숲을 그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숲을 먼저 그리고 나무를 그리게 되면서 몇몇 좋은 점을 아래와 같이 알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주제에 벗어나지 않게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초록 숲을 그리려 했는데 나무를 먼저 그리다 보니 빨간 나무, 노란 나무 등이 그려지면 처음 의도한 주제와 맞지 않게 되어 그림을 다시 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를 그릴 때 먼저 생각하고 그렸던 인체는 성인의 모습인데, 머리카락이며 손, 발이 아이의 모습과 같다면 숲을 바꾸던지 나무를 바꾸던지 주제를 어느 한쪽에 맞추어야 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생깁니다. 

두 번째는 인체 비율에 맞추어 눈, 머리카락 등을 효율적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선만 잘 그으면 2등신, 4등신, 6등신 등 원하는 인체비율을 그릴 수 있습니다. 2등신 캐릭터 경우 기준선을 세 줄 또는 네 줄만 그어 인체를 그릴 수 있습니다.

먼저 그려놓은 인체에다 눈, 머리카락 등을 그려주면 됩니다. 만약 눈이나 손, 발 등을 먼저 그리고 인체를 그린다면 비율이 맞지 않아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이 필요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인체(동작)에 따라 유기적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서있는 정자세가 가장 기본적인 인체 그리기라 하면 손을 들거나, 다리를 교차하는 것과 같이 여러 가지의 인체의 동작들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 인체를 먼저 그린다면 동작에 따라 눈의 방향, 머리카락의 움직임, 손의 움직임 등을 순차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 인체 그리는 방법

먼저 종이에 가로 선 5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줍니다. 첫 번째는 얼굴과 몸통의 구도를 잡아줍니다. 상체와 하체를 1대 1 비율로 나눕니다. 정확히 세 번째 선에서 상하체가 구분이 됩니다. 첫 번째 선과 두 번째 선 사이를 1대 1 비율로 잡아 윗부분에 머리를 그려줍니다. 이번엔 두 번째 선과 세 번째 선 사이를 반으로 나누어 역사다리꼴 모양으로 몸을 그려줍니다. 

아래쪽으로는 세 번째 선에 닿도록 골반을 그려줍니다. 

두 번째는 팔과 다리의 구도를 잡아줍니다. 처음 그렸던 얼굴에서 목을 그려주고 역사다리꼴 모양인 몸에다 어깨선을 이어 그려줍니다. 이때 어깨의 길이는 얼굴 세 개를 나란히 놓아둔 길이로 그리면 됩니다. 어깨에서 팔을 이어서 그려줍니다. 팔꿈치는 배꼽과 같은 선상에다 그려줍니다. 손은 상하체 경계 부분에 위치하도록 그려줍니다. 다리의 경우 세 번째 선에서 시작하게끔 그려주고, 무릎 부분은 네 번째 선보다는 약간 위에 위치하도록 그려줍니다. 발은 다섯 번째 선에 걸친 느낌으로 그려줍니다. 

 

선과-점으로-인체-그리기
인체 구도잡기

세 번째는 형태 잡기입니다. 앞서 선으로 그려 구도를 잡아주었다면 이제는 형태를 잡아주면 됩니다. 특히 팔과 다리의 경우 관절을 표현하기 위해 선과 점으로 구도를 잡아주었는데 이제는 나오는 부분은 나오게 들어가는 부분은 들어가게 하여 형태를 그려줍니다. 이때 손과 발은 자세하지 않게 기본적인 형태로만 그려줍니다. 

 

인체-형태-그리기
인체 형태잡기

 

네 번째는 선으로 이어 주기입니다. 형태까지 잡아놓고 보면 아직은 사람보다는 로봇과 같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연스럽게 선으로 이어서 그려줍니다. 이때 앞서 그려놓은 선들이 불필요하다면 지우개로 지워주면 됩니다. 여기까지 손과 발은 구체적으로 그릴 필요가 없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손과 발을 그려줍니다. 손과 발을 그릴 때 직접 자세를 취해보고 그리는 방법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서 있는 자세에서 엄지 손가락이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므로 이를 반영하여 손을 그려줍니다. 또한 서 있는 자세에선 발 뒤꿈치가 약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발가락이 정면으로 보이는 것보단 뒤꿈치가 보이도록 그려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인체-자세하게-그리기
손과 발 그리기

 

3. 인체 그리면서 느낀 점

한 번은 제 옆자리에 미대생이 앉아서 그림을 같이 그린 적이 있습니다. 그는 그림을 배운 오랜 경력이 있었기에 선 그리기와 식물, 동물 그리기를 뛰어넘고 바로 인체 그리기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저도 인체 그리기를 할 때라 상당히 의식이 되었습니다. 역시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다르긴 달랐습니다. 주저 없이 선을 그어나가고 얼굴 몸통을 그리더니 순식간에 로봇을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선과 선 사이에 간격이 맞지 않아 여러 번의 수정이 필요했습니다. 어느 순간 이상한 승부욕이 생겨 미처 로봇도 그리지 않았는데 사람부터 그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급한 마음을 담다 보니 제 그림은 외계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인체 그리는 것이 숲이라고 하였는데 이렇게 그리다가는 나무도 제대로 그리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각자 자신의 속도가 있으니 무엇이든 조급해하지 말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이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이 될 수도 있겠다고 크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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